세븐브로이
 

양강체제 위협하는 제3의 맥주…제주맥주·세븐브로이 도전장

“쉿! 여기서부터는 조용히 움직여야 합니다. 제주산 백호(白虎)보리가 싹을 틔우고 있거든요.”

현소양 제주개발공사 연구원이 단단히 주의시킨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에 위치한 제주지역맥주파일롯트 플랜트(공장)에 들어서려던 찰나였다. 두 발을 들여놓자 실내 가득 시큼한 효모 향기가 코를 간질인다. 저장탱크를 지나 곧장 발효 시설로 들어갔더니 제맥기(malting machine)가 모습을 드러냈다. 맥주보리를 물에 담갔다 싹을 틔워 건조시키는 기계다. 뚜껑을 조심스레 열어젖히자 누런 보리알 위로 흰 싹이 새침하게 혀를 내민 듯 삐져나와 있다.

현소양 연구원은 “맥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원료, 즉 맥아인데 보통 전량 수입하지만 제주맥주는 이처럼 맥아를 직접 틔워 발효시키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게 지역 맥주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저장탱크에서 2주가량 묵혔다는 페일에일(영국 정통 발효방식의 맥주) 스타일의 맥주를 건네받았다. 잔을 받을 때부터 풍부한 거품에 짙은 노란색이 인상적이다. 한 모금 마셨더니 거품이 입술에 묻어 한참을 머문다. 쌉싸래한 뒷맛과 달리 목 넘김은 상당히 부드럽다. 흔히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심심한’ 국산 맥주를 들이켤 때와는 사뭇 다르다. 소주, 양주와 섞어 먹는 게 아니라 맥주 본연의 깊은 맛을 선호하는 주당들이라면 다시 찾겠다는 생각도 든다.

올 6월쯤 이 맥주는 Jespi(제주의 영혼이란 뜻)란 이름으로 제주도 지정 영업장에서 캔, 병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제주맥주만이 아니다. 광복 이후 처음으로 면허를 따냈다는 국내 3호 맥주면허업체 세븐브로이는 이미 링 위에 올라와 있다. 지난해 주류박람회에서 생맥주가 첫선을 보인 후 반응이 뜨겁자 10월에 캔맥주 제품을 내놨는데 이 역시 반응이 좋다. 출시 석 달 만에 홈플러스 전 매장에 깔렸는가 하면 3월부터는 이마트는 물론 CU 등 일부 편의점에서도 새로운 국산 맥주를 살 수 있게 됐다.

김교주 세븐브로이 이사는 “지난 1분기 A대형할인점 기준 점당 일평균 판매량이 6.7캔으로 유럽계 프리미엄 맥주(일평균 4캔)를 제치고 프리미엄 맥주 코너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반응이 뜨겁다”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카스, 하이트로 대변되던 국산 맥주 ‘양강 천하’ 시대가 조만간 저무는 게 아니냐는 전망마저 조심스레 고개를 쳐든다.

아닌 게 아니라 맥주 시장 자체가 예전과 달라지고 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해외 유학, 여행 경험이 풍부한 일반인들이 급증하면서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맥주를 찾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맥주 수입량이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국내 맥주 시장 규모는 약 4조원 내외. 2009년만 해도 수입맥주 수입액은 3712만달러 수준, 비중도 2%가 채 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4년 만인 지난해엔 6781만달러로 2배 이상 급증했다. 비중 역시 5%를 넘어섰다. 국내 수입되는 해외 맥주 종류만 약 480여종에 달한다.

하이네켄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에만 네덜란드 맥주 수입 증가량이 14%에 달했다. 다양한 맥주를 찾는 수요가 그만큼 뜨겁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새로운 맥주가 각광받는 결정적 이유는 역시 ‘맛’이다.

국내 대표 맥주업체인 하이트와 오비맥주의 주력 제품들은 대부분 ‘밍밍한’ 맛의 라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라거 방식은 맑고 청량감이 좋아 사람들이 빠른 시간 내 비교적 많이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맥주보리 본연의 깊은 향이나 풍부한 거품을 기대하기엔 힘든 게 사실.

‘세계의 별들을 맛보다’의 저자인 안휴 미식 칼럼니스트는 “한 병을 마시더라도 흑맥주, 에일 맥주 등 각자 고유의 특징을 음미하고 다른 음식과 견줘 먹어보려는 사람들이 늘다 보니 자연스레 국산 맥주 양강 구도에 균열이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 시책 변화도 이런 기류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정부는 지난 2010년 말 일반맥주 제조면허를 취득하는 데 필요한 시설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1850킬로리터(kL)의 저장조 시설을 갖춰야 하는 것에서 100kL 이상으로 낮췄다. 2002년부터 소규모 맥주제조업인 마이크로 브루어리(하우스맥주)업체 운영자들에겐 희소식. 역시 하우스맥주 업체였던 세븐브로이가 공장을 증설해 국내 1호 일반면허를 취득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제주맥주 역시 조만간 이 대열에 합류할 듯하다. 제주도는 원래 구좌읍 용암해수단지 3만㎡ 부지에 제주맥주 공장을 세워 연간 3만kL를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3차례 공모에도 민간사업자가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도개발공사가 100kL 규모로 줄여 사업을 맡아 6월에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주세율 72%가 중소기업 발목


중소업체들의 도전도 잇따르고 있다. 김강삼 세븐브로이 대표는 “면허 취득 이후 공장 견학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주로 전국 곳곳 하우스맥주 사업자들이 둘러보고 가는데 조만간 4, 5호 면허 사업자가 나올 것 같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 아사히맥주를 수입해 재미를 보고 있는 롯데그룹 역시 내년 충주에 1호 공장, 내후년에 2호 공장을 지으며 이 시장에 뛰어들 예정. 그렇게 되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장에서는 규제가 좀 더 완화돼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비등하다. 특히 목소리가 높은 부분은 세금. 현행법에 따르면 면허를 딴 어떤 업체든 원가 대비 72%를 세금으로 내게 돼 있다. 대규모 공장을 지어 출고가격을 낮추면 세금도 그만큼 적게 내는 구조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소형 업체는 그러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이 사례는 인수위 시절 중소기업의 고충을 듣는 ‘손톱 밑 가시’ 시리즈에도 소개됐지만 변화 조짐은 안 보인다.

고원준 제주개발공사 과장은 “대규모 투자 여력이 없어 한시적으로 주세라도 낮춰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기획재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어 다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 김강삼 세븐브로이 대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차별화할 것


Q. 광복 후 첫 맥주 면허 사업자가 됐다.

A. 처음부터 맥주 시장에 뛰어들려고 한 건 아니다. 젊었을 때부터 30년간 레스토랑, 뷔페, 보쌈가게 등 외식업을 해왔다. 그러다 맥주 본고장 독일에서 한동안 체류하면서 분위기를 익혔다. 독일 맥주양조 기술자를 브루마스터로 직접 영입해 2003년 서울역 민자역사에 ‘트레인스’라는 하우스맥주 전문점을 열면서 맥주 사업에 눈을 떴다. 맥주 맛 좋다는 소문이 나는 등 생산에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겨 생맥주 판로를 알아보던 중 마침 맥주 면허 규제가 완화되면서 2011년 면허를 따냈다. 지인,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에서 지원받아 약 70억원 정도 투자했는데 일 생산량 1만ℓ 정도 규모가 됐다.

Q. 세븐브로이란 이름이 눈에 띈다.

A. 여러 의미가 있다. 로스팅한 보리가 6가지이고 여기에 정성이 더해져 7가지가 맥주에 담겼다는 뜻도 있고, 호텔처럼 7성급 맥주를 만들어 보겠다는 의미도 포함됐다. 최초로 하우스맥주 공장을 들여왔을 때 건물 7층에 있었기 때문에 7이란 숫자의 의미가 남다르다.

Q. 하이트, OB맥주가 버티고 있는 시장에서 팔기 쉽지 않을 텐데.

A. 틈새 시장을 노렸다. 한국은 소위 심심한 맥주, 즉 라거 맥주 위주다. 하지만 요즘 늘어나는 수입맥주들은 거품이 풍부하고 맛이 쌉싸래한 에일 타입이나 필스너, 흑맥주 등이다. 이런 수요에 맞춰 다품종 소량생산 전략으로 특화했더니 반응이 왔다. 처음엔 해외 경험이 많은 이태원의 레스토랑 점주들에게 선보였더니 바로 가게에 들여줬다. 지난해 5월 국내 주류박람회에 출품했더니 홈플러스, 이마트 등 대형 유통채널 관계자들이 호평하면서 본격적으로 대형마트에도 입점할 수 있었다.

Q.향후 계획은.

A. 캔맥주를 출시하려면 기본적으로 50만개를 생산해야 한다. 지금은 ‘인디아 페일에일’ 스타일만 내고 있는데 반응이 좋아 올해 하반기 필스너 스타일 캔맥주를 내놓을 예정이다. 내년엔 스타우트(흑맥주) 스타일 캔맥주와 병맥주에도 도전해 매출 100억원을 돌파할 거라 낙관한다. 투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수년 후 상장도 계획 중이다.

http://goo.gl/YTpve8

77년 만에 탄생한 국내 3번째 맥주업체 '세븐브로이' 김강삼 대표

77년 만에 탄생한 국내 맥주업체, 세븐브로이


김강삼 대표 "경쟁상대는 하이트ㆍ진로 아닌 수입맥주"

2012년 10월 서울 이태원의 한 주점. 김강삼 세븐브로이 대표(사진)와 직원들이 캔맥주를 손에 든 외국인들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한 캔을 순식간에 비운 외국인들의 입에서 "고향의 맛"이란 반응이 나오자 김 대표와 직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하이트와 오비맥주에 이은 세 번째 국내 맥주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세븐브로이는 국내 맥주업계 최초의 중소형 업체다. 동양맥주(오비맥주 전신)와 조선맥주(하이트진로)가 1933년 맥주 제조 면허를 취득한지 77년 만인 2011년 10월 맥주 제조 일반면허 1호를 받았다.

하이트와 오비로 양분돼 있는 국내 맥주업계에서 '첫 번째 맥주 중소업체' '첫 에일맥주 제조업체' 등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만든 김 대표는 술과 인연이 없는 인물이었다.

"체질적으로 술을 잘 못 마십니다. 원래 처음 시작했던 일도 외식사업이었죠. 서울역 맥주광장 사업에 참여했던 두산이 오비맥주 지분을 매각하며 당시 '카리브' 레스토랑를 운영하던 저에게 인수를 제안했죠. 그 제안을 받아들여 하우스 맥주집을 낸 것이 맥주와의 첫 인연이었습니다."

김 대표는 먼저 맥주 전문가인 브루마스터 양성했다. 2002년 독일의 맥주 전문가와 제조 기계를 들여와 직원들을 교육시켰다. 5~6명의 직원들이 '더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말했을 때 본격적인 맥주 개발에 착수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물'이었다.

"같은 맥아와 홉으로 만들어도 물에 따라 맛의 차이가 컸어요. 직원들과 전국을 누빈 끝에 사스, 구제역에도 안전한 청정지역인 강원도 횡성을 찾았죠. 해발 300m에서 퍼오는 횡성의 청정 암반수로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2011년 문을 연 세븐브로이의 첫 번째 횡성 공장은 1542m² 규모로 하루 5000~1만ℓ의 '에일'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그가 국내 맥주시장의 주류 제품인 '라거'가 아닌 '에일'을 택한 이유는 맛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한국 맥주는 맛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양한 맥주가 없다는 말이죠. 하이트, 오비의 라거맥주가 아닌 에일 맥주로 다양해지는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에일 맥주는 홉과 맥아가 라거 맥주보다 20% 더 많이 들어간다. 씁쓸한 맛이 강하고 붉은 빛이 난다. 알코올 농도도 라거 맥주보다 높은 5.5%다. 대표적인 에일 맥주는 '기네스'다.

김 대표가 경쟁 상대로 지목한 것도 하이트와 오비맥주가 아닌 '수입 맥주'였다. 수입맥주 시장이 2000억 원으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수입맥주가 갖지 못한 신선함으로 아사히, 기네스 등 프리미엄 맥주와 경쟁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말 홈플러스에서 점포당 하루 평균 6.8캔이 팔려 프리미엄 수입맥주 1위인 하이네캔(4캔)을 제치기도 했다.

올해는 유통망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지난 1월부터 홈플러스에 이은 대형마트 및 편의점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며 "올 상반기 판로를 지속적으로 확대한 후 에일 맥주의 본고장인 영미지역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ttp://goo.gl/HibyS6

“우리 경쟁 상대는 OB?하이트가 아닌 프리미엄 수입 맥주”

‘세븐브로이’의 김강삼(55) 대표는 “이제 막 맥주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후발 주자지만 품질과 맛에서만큼은 국내외 어떤 유명 맥주와 경쟁해도 자신 있다”고 말했다. 세븐브로이는 한국의 세 번째 맥주제조 기업이자, 1948년 건국 이후 최초로 한국 정부가 맥주 제조를 허가해 준 ‘맥주제조 일반 면허 1호’ 기업이다.(OB맥주와 하이트맥주는 1933년 일제 강점기 때 일본 맥주 업체들이 한반도에 만든 기업이다.)

한국 맥주 제조?판매 시장은 미국계 자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지배하는 ‘OB맥주’(옛 동양맥주)와 주류 재벌 하이트진로가 운영하는 ‘하이트맥주’(옛 조선맥주)에 의해 양분돼 왔다. 이런 과점 체제상황에서 2011년 10월 세븐브로이가 국세청으로부터 ‘맥주제조 일반 면허’를 획득하며 세 번째 맥주 제조?판매 기업이 됐다. 세븐브로이는 지난해 12월부터 생맥주를 생산해 전국의 맥주 전문점과 바(Bar)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 10월부터는 가정용 캔맥주도 생산, 대형할인점 홈플러스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지난 11월 19일 서울에서 두 시간여 거리인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해발 300여m 산속에 자리 잡고 있는 ‘세븐브로이’를 찾아 김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와 마주 앉은 테이블 위에는 붉은 감색빛 맥주에 크림보다 진한 아이보리색의 단단한 거품이 얹어진 세븐브로이맥주가 놓였다. 톡 쏘는 탄산 맛이 강한 ‘라거(Lager) 맥주’와는 달리 쓰고 쌉쌀한 첫맛 뒤로 목넘김 후 전해지는 부드러운 꽃향기와 달달한 끝맛이 입맛을 자극했다. 영국과 미국에서나 맛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에일(Ale) 맥주’의 맛을, 강원도 횡성 한 산속에서 그대로 느꼈다.

세븐브로이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에일 맥주’를 생산하는 맥주 기업이다. 김 대표는 “OB맥주와 하이트맥주, 두 대형 맥주회사에서 이제껏 에일 맥주를 만든 적이 없다”며 “한국에서 에일 맥주를 맛보려면 외국산 맥주를 사거나, 에일 맥주를 직접 빚어 파는 소수의 전문 하우스 맥주 집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국내 맥주시장은 라거 맥주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10%도 안 되는 시장 역시 국내외 맥주 기업이 생산한 흑맥주가 대부분이다. 김 대표는 “한국에선 에일 맥주가 생소하지만 미국과 영국에서는 한국의 라거 맥주만큼이나 일반화된 맥주”라고 에일 맥주를 설명했다.

“라거 맥주는 10℃의 저온에서 효모를 발효시켜 가라앉은 효모를 맥주 제조에 사용하는 ‘하면발효 공법’으로 만듭니다. 탄산을 많이 넣어 톡 쏘는 청량한 맛과 금색빛을 띠는 게 특징이지요. 알코올 농도가 4~5% 내외로 가벼운 느낌입니다. 반면 에일 맥주는 상온에서 효모를 발효시켜 위로 떠오른 효모만 맥주 제조에 사용하는 ‘상면발효 공법’으로 만듭니다. 탄산을 아주 조금만 사용하고 대신 맥주 주재료인 홉과 맥아를 라거 맥주보다 20% 이상 더 넣습니다. 크림처럼 단단한 거품의 부드러움과 홉 특유의 쌉싸름하면서 무겁고 진한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알코올 농도가 5.5~7.5% 이상으로 라거 맥주보다 높습니다. 또 붉은빛을 띠는 색감까지 더해져 상당히 강렬한 느낌을 주지요.”

라거보다 20% 이상 진한 에일 맥주


김 대표는 “세븐브로이가 만들고 있는 에일 맥주의 주재료인 맥아는 독일에서, 홉은 독일과 미국에서 생산된 최고 품질의 것만 선별해 쓰고 있다”고 했다. 그리곤 세븐브로이맥주가 품고 있는 품질과 맛이 비단 질 좋은 맥아와 홉을 재료로 만들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해발 300m의 강원도 횡성 산속에 맥주공장을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 경쟁 맥주사들 역시 홉이나 맥아는 품질 좋은 것을 수입해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맑고 신선한 물과 공기는 다릅니다. 이건 맥주를 만드는 곳의 자연이 얼마나 깨끗이 보전돼 있는지가 중요하지요. 이곳 강원도 횡성은 그 어디보다 맑고 신선한 물과 공기로 가득한 곳입니다. 전혀 오염되지 않았어요. 이런 물과 공기를 빚어 만든 맥주이니 맛과 품질 역시 최고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김 대표는 공장을 짓기 위해 4~5년 전부터 강원도 평창과 횡성 지역에서 ‘물 맑고 공기 좋다’는 100곳 이상을 찾아다녔다고 했다. 그렇게 발로 뛰며 찾은 곳에 지금의 공장을 세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곳 지하 830m에서 끌어 올린 암반수로만 맥주를 생산한다고 했다. 매일 생산하는 맥주 양이 5000~1만L다. 연간 120만kL 이상 생산하는 OB맥주나 하이트맥주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게 김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이제 막 설립해 생산능력과 자금력, 인지도 등에서 절대 열세에 있는 세븐브로이가 해외 거대자본이 경영하는 OB맥주, 또 재벌기업이 주인인 하이트맥주와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두 맥주 재벌이 80년 가까이 공생하며 만들어 놓은 과점시장을 두고 경쟁해서는 세븐브로이의 생존이 쉽지 않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가 선택한 돌파구가 있다. 매년 40~50%씩 성장하고 있지만 OB와 하이트맥주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외국산 맥주들에 점령당한 프리미엄 맥주시장 개척이다.

“한국 맥주시장 규모가 4조원을 넘습니다. 이 중 호가든, 하이네켄, 아사히 등 외국 맥주들이 점령한 프리미엄 맥주시장이 약 5%, 2000억원쯤 되는 규모이지요. 맥주 전문점이나 고급 바(Bar), 또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에서 판매되는 프리미엄 맥주시장은 OB나 하이트 맥주가 주도하는 중저가 일반 맥주시장과는 다릅니다. 라거 맥주뿐 아니라 에일 맥주, 흑맥주 등 질 좋은 다양한 맥주들이 살아남는 시장이지요. 이런 시장에서 미국과 영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희소성을 가진 에일 맥주는 좋은 아이템이 되고 있습니다.”

그는 세븐브로이가 성장하는 과정으로 몇 년간은 2000억원대 프리미엄 맥주시장을 두고 외국산 맥주들과 경쟁할 것임을 말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서울 이태원, 강남, 홍익대 등 주요 상권에 공급되기 시작한 세븐브로이 생맥주 반응이 좋다고 한다. 그동안 외국 맥주만 취급하던 곳들에서 세븐브로이의 에일 맥주를 보내달라는 요청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10월부터 서울?경기지역 홈플러스 30개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한 세븐브로이 ‘에일 캔맥주’가 한 달 만에 프리미엄 맥주 판매 1위로 올라섰다고 한다. 덕분에 내년에야 홈플러스 전 매장에 입점될 계획이던 세븐브로이 에일 캔맥주가 12월 셋째 주부터 홈플러스 전국 모든 매장에서 팔리게 됐다고 했다.

“유럽과 미국의 유명 맥주는 한국 소비자가 접하기까지 제조 이후 두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반면에 저희는 제조에서 유통, 소비까지 10일 이내에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요. 신선도와 품질, 맛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지요. 이런 점을 바탕으로 2000억원 규모의 프리미엄 맥주시장에서 외국산 맥주들을 대체할 수 있다면 한국 맥주산업을 위해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000억대 프리미엄 맥주시장 공략


김 대표는 10년 전만 해도 맥주와 그리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던 인물은 아니다. 20대 때부터 외식사업을 했던 그가 맥주와 연을 맺은 건 2003년이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 직전 제가 하던 외식업체 ‘카리브’와 두산그룹이 컨소시엄으로 인천공항 내 ‘카리브’라는 레스토랑을 공동 운영하게 됐습니다. 실적과 평이 좋았습니다. 그래서인지 KTX 개통 직전인 2년 후 두산 측에서 자신들이 운영할 계획이던 ‘KTX서울역 외식 공간을 카리브가 맡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습니다. 그 제안을 받아들여 KTX서울역 안에 약 1980㎡(약 600평)의 외식사업 공간을 맡게 됐지요.”

그는 당시 평범한 레스토랑으로는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시장조사와 고민 끝에 유럽 정통 하우스맥주로 승부를 보자는 결론을 내렸고 2003년 ‘트레인스’라는 하우스맥주 전문점을 열었다. 이것이 맥주의 첫 인연이었다.

“이때 처음 하우스맥주 공급을 위한 소형 공장을 만들었습니다. 근데 공장에서 제대로 된 맥주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독일로 날아가 ‘브루마스터(Brew Master)’로 불리는 맥주제조 전문가를 수없이 만났고 그들 중 인연이 닿은 ‘매튜’라는 브루마스터를 한국으로 데려와 맥주 제조와 품질관리, 그리고 맥주 제조공장 직원들의 교육을 맡겼습니다.”

이후 그의 하우스맥주 사업이 성공을 거두며 서울 강서구 발산동에 두 번째 하우스맥주 전문점과 소형 맥주공장을 동시에 만들었다. 그렇게 하우스맥주 사업이 성장하며 든 생각이 바로 ‘제대로 된 맥주 제조회사를 만들어 봐야겠다’는 것이었다.

“크지는 않았지만 맥주 생산 설비와 기술자, 노하우가 확보된 상황이었지요. 마침 2010년 맥주시장 사업자 확대 차원에서 맥주 제조 시설의 규모를 제한하던 정부 규제가 완화됐습니다. 이때다 싶어 횡성에 공장을 만들고 기술 인력을 충원해 국세청에 맥주제조 면허를 신청했던 겁니다.”

“5~6년 후 상장이 목표”


드디어 지난해 10월 김 대표가 이끄는 세븐브로이는 ‘맥주제조 일반면허 1호’라는 기록을 쓰며 국내 세 번째 맥주제조 기업이 됐다. 그는 아버지 생각이 났다고 했다. “어릴 때 가장 부러운 사람이자 가장 원망스러운 사람이 동네에서 제일 부자였던 김충환이라는 양조장 아저씨였어요. 그때 ‘세상에서 제일 부자는 양조장 사장’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그 아저씨가 부러웠지요. 근데 그 사장님과 어릴 때부터 가장 친한 친구가 아버지였어요. 아버지는 양조장 술이 자기 것이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로 술을 좋아했습니다. 아버지가 농사일은 안 하시고 매일 친구 집인 양조장에서 술을 드셨지요. 결국 어린 마음에 ‘술 때문에 어머니와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린 시절 제게 술은 증오의 대상이었지요.”

그리고 40년 후 그는 부러움과 미움의 대상이었던 술 만드는 기업을 직접 세워 경영하고 있다. “며칠 전이 아버지 기일이었는데 횡성공장에서 처음 생산한 맥주를 제사상에 올려드렸습니다.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아마 가장 좋아하셨을 겁니다.”

김 대표는 지금은 후발 맥주이지만 3년 후쯤에 매출액 1000억원대 기업으로 키워 5~6년 후쯤에는 상장을 시키고 싶다는 목표를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맥주 최강국 독일에 즐비한 명품 맥주 기업들처럼, 세븐브로이 역시 세계 최고의 맥주를 만드는 명품 기업으로 만들어 가는 게 꿈이라고 했다.

http://goo.gl/PFk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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